필봇(PillBot): 할머니를 위한 마음, 수천 명을 위한 혁신. 열두 살 손자가 시작한 AI 프로젝트, 이제는 전 세계의 공공보건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가브리엘 앤서니는 처음부터 로봇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는 단지, 사랑하는 사람을 돕고 싶었을 뿐이죠. 가브리엘이 열두 살이던 어느 날, 그는 시력이 크게 나빠진 할머니가 약을 식별하기 위해 손전등과 돋보기를 번갈아 들고 애쓰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그조차도 쉽지 않아 약을 잘못 복용하는 일이 반복됐고, 그 위험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할머니는 늘 떨리는 손으로 작은 알약을 들고 눈을 가늘게 뜬 채 불빛을 쬐고 계셨어요. 이게 맞는 약인지도 확신 못하시면서요.”

지난 4월, 뉴질랜드 웰링턴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더 브리즈>와의 인터뷰에서 가브리엘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그에게 이건 단순한 걱정이 아닌 행동의 계기였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일상이 위협받는 걸 더는 지켜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가브리엘의 주방 식탁에서 ‘필봇(PillBot)’이 탄생했습니다. 이 디바이스는 인공지능(AI)과 내장 카메라를 이용해 약을 식별하고 이름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시각장애인 맞춤형 스마트 도우미입니다. 작고 단순하지만, 삶을 바꾸는 잠재력을 가진 기술입니다.

‘할머니를 위해 시작한 일’이 전국적 혁신으로

이토록 참신한 발명은 ‘삼성 솔브포투모로우’를 통해 더 큰 무대에 올랐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15주년을 맞이한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학생 경진대회를 넘어, 사회 문제 해결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STEM 역량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도록 돕는 플랫폼입니다. 가브리엘은 뉴질랜드 2024년 대회(7–10학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고, 이후 멘토들의 조언과 기술 지원을 바탕으로 필봇을 계속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그는 약사, 의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실제 현장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가브리엘은 실험과 테스트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그는 “약을 이해하고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준 모든 의료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분들이 없었다면 필봇은 작동하지 못했을 거라고 특별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안전한 내일을

지금 필봇은 가브리엘의 할머니에게 꼭 필요한 ‘생활 속 의료 파트너’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약 15만 명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립형 헬스케어 솔루션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죠.

“필봇은 약을 촬영해 AI가 인식하고, 이름을 음성으로 읽어줘요. 동시에 사용자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내서 정확한 약인지 확인해 준다”고 설명한 가브리엘은 “저는 그냥,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삼성 솔브포투모로우 덕분에 그게 정말 가능하다는 걸 믿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소가 아닌 집에서도 시작되는 혁신

보건, 교육, 환경 등 전 세계가 직면한 과제가 점점 더 복잡해지는 지금, 청소년들의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은 이론을 넘어 실제를 바꾸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필봇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세상에 꼭 필요한 아이디어가 반드시 실험실에서만 나올 필요가 없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애정과 공감, 그리고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삼성의 솔브포투모로우는 바로 그런 젊은 혁신가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에 도구와 자신감을 더해, 이들이 지역사회와 세상을 바꾸는 주체로 성장하도록 함께합니다.